[화담일보=이서겸기자] 말레이시아의 나집 라작 전 총리가 소속 정당의 벌금 납부에 따라 징역 6년형의 남은 기간을 가택연금으로 보내게 될 예정이다. 다만 이번 조치는 첫 재판에서 선고받은 형에만 적용되며, 국영 투자기금 1MDB 비리와 관련한 별도 재판의 징역 15년형까지 포함하지는 않는다.
DW의 11월 6일 보도에 따르면 나집의 소속 정당인 통일말레이국민조직(UMNO)은 벌금 5000만 링깃을 납부했다. 미화 약 1230만 달러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아시라프 와지드 두수키 UMNO 사무총장은 이날 성명에서 기부금 모금을 통해 필요한 자금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벌금 납부는 나집이 잔여 형기를 가택연금으로 복역하기 위한 왕실 사면의 조건이었다.
공식적으로 언제 교도소를 떠날 수 있는지는 보도 당시 명확하지 않았다. AFP 통신은 이날 나집이 차량을 타고 떠나는 모습이 목격됐다는 소식을 전했다. 같은 날 이른 시간 쿠알라룸푸르에 있는 그의 자택에는 경찰이 배치됐고, 집으로 이어지는 도로는 차단됐다.
73세인 나집은 2009년부터 2018년까지 말레이시아 총리를 지냈다. 1MDB는 그가 총리 재임 중 공동 설립한 국영 투자기금으로, 거액의 자금이 유출된 비리 사건의 중심에 있다.
나집은 첫 재판에서 자신의 은행 계좌로 흘러 들어간 1030만 달러와 관련해 직권남용, 배임, 자금세탁 혐의로 2020년 징역 12년을 선고받았다. 실제 복역은 2022년 시작했고, 이후 형기는 6년으로 줄었다. 말레이시아 국왕 술탄 이브라힘은 9월 벌금 5000만 링깃 납부를 조건으로 남은 형기를 가택연금으로 보낼 수 있도록 왕실 사면을 허용했다.
그러나 1MDB 사건과 연결된 두 번째 재판에서는 2025년 12월 부패와 자금세탁 혐의로 징역 15년이 선고됐다. 이 재판에서 부과된 벌금은 114억 링깃으로, 이번에 정당이 마련한 5000만 링깃과는 별개다. 나집은 두 번째 유죄 판결에 항소하고 있으며, 항소에서 승소하지 못하면 2028년 8월 23일 이후 다시 교도소에 수감될 수 있다.
1MDB 비리 사건은 말레이시아에서 거센 공분을 불러일으켰고, UMNO가 2018년 선거에서 패배하는 배경이 됐다. UMNO는 말레이시아가 1957년 영국에서 독립한 이후 집권해 온 정당이다. 나집은 비리 사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정치적 지지를 받고 있으며 당내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다. UMNO는 2022년 출범한 정부에도 참여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