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된다는 것은 삶의 수많은 우선순위에 밀려 내가 진심으로 좋아하던 것들을 마음 한편으로 조용히 미뤄두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우연히 들려오는 피아노 선율이나 현악기의 깊은 울림 앞에 걸음을 멈추고서도, 이내 ‘이 나이에 지금 시작해도 될까’, ‘바쁜 일상 속에서 시간을 낼 수 있을까’ 하는 망설임이 앞서는 이유다. 그러나 음악은 본래 누군가에게 평가받기 위한 기술이 아니라, 지친 마음을 어루만지고 사람과 사람의 내면을 이어주는 가장 다정한 언어다.
울산 북구에 자리한 ‘시온빛클래식전문학원’의 백문주 대표는 오랜 세월 음악 교육 현장에서 호흡해 온 시간의 깊이를 바탕으로, 음악 앞을 서성이는 어른들에게 다시 건반 앞에 앉을 용기를 건네고 있다. 타인의 시선이나 조급한 진도 대신 오롯이 ‘나만의 속도’로 음악을 마주하게 돕는 백문주 대표를 만나, 그가 19년이라는 시간 동안 빚어온 음악과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 [시온빛클래식전문학원] 백문주 대표 |
Q. 귀사의 설립 취지를 말씀해 주십시오.
A. 지난 2008년 ‘백문주음악학원’으로 첫발을 뗀 이후, 어느덧 19년 동안 피아노 교육 현장을 변함없이 지켜왔습니다. 처음에는 아이들의 피아노 교육에 집중했습니다. 취미로 처음 피아노를 시작하는 아이들부터 예술고등학교와 음악대학 진학을 준비하는 전공생들까지, 수많은 제자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음악이라는 길을 걸어왔습니다.
그렇게 긴 시간 동안 아이들의 성장을 곁에서 지켜보다 보니, 어느 순간 마음속에 한 가지 물음이 피어올랐습니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눈치 보지 않고 음악을 마음껏 만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어른이 되면 마음속에 간절히 해보고 싶은 일이 있어도 선뜻 용기를 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피아노나 악기를 배우고 싶어도 일상에 치여 시간이 없거나, 이제 와서 시작하기엔 너무 늦은 것 같다는 생각에 오랜 로망을 가슴속에만 묻어두는 분들을 현장에서 참 많이 만났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을 위한 교육 공간인 ‘아델피아노전문학원 주니어캠퍼스’와는 별개로, 성인들이 오롯이 자신의 속도에 맞춰 음악을 만나고 깊이 있게 향유할 수 있는 ‘시온빛클래식전문학원 마스터캠퍼스’를 마련하게 되었습니다.
누군가에게 음악은 가슴 뛰는 새로운 도전이 될 수 있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치열한 일상에서 잠시 숨을 고르는 쉼표가 될 수 있습니다. 시온빛클래식전문학원이 음악을 동경하면서도 문턱 앞에서 망설이던 어른들의 삶에, 다시금 따뜻한 음악이 스며드는 용기의 공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문을 열었습니다.
Q. 귀사의 주요 프로그램에 대해 소개해 주십시오.
A. 시온빛클래식전문학원은 피아노와 성악, 바이올린, 첼로 네 가지 파트를 중심으로 체계적인 교육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피아노 과정은 정통 클래식 피아노를 비롯해 재즈 피아노, 교회 CCM 및 찬송가 반주 등 수강생 각자의 목표와 취향에 맞춰 폭넓게 배울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성악 역시 호흡과 기초 발성부터 한국 가곡과 이태리 가곡, 성가대 활동을 위한 실전 레슨까지 개인의 음악적 경험에 맞춰 세심하게 지도합니다. 전체 커리큘럼은 기초 입문반부터 취미 클래스, 전공 준비 과정, 마스터 클래스, 시니어 클래스 등으로 세분화되어 있습니다.
무엇보다 제가 성인 음악 교육을 이끌며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 ‘얼마나 빨리 배우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즐겁게, 오래도록 음악을 삶 속에서 이어갈 수 있느냐’입니다. 어린 시절 배우다 멈춘 피아노를 다시 꺼내 든 분, 교회에서 반주로 봉사하고 싶어 찾아오신 분, 평생 마음속에만 품어왔던 현악기를 난생처음 손에 쥐어보는 분까지 이곳을 찾는 이유는 저마다 다릅니다. 하지만 음악을 시작하고 싶어 문을 두드린 그 소중한 마음의 무게만큼은 모두 같기에, 각자의 걸음에 발맞춘 수업을 지향합니다.
Q. 귀사만의 특징에 대해 소개해 주십시오.
A. 시온빛클래식전문학원이 지향하는 공간의 결은 크게 다섯 가지 특징으로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첫째, 성인을 위한 1:1 프라이빗 레슨
성인 수강생들은 살아온 환경도, 음악을 시작하게 된 계기도, 배우고자 하는 목적도 모두 다릅니다. 그렇기에 주 1회 45분간 진행되는 1:1 프라이빗 레슨을 통해, 타인의 기준이나 정형화된 진도에 쫓기지 않고 오롯이 ‘나의 속도’로 음악을 소화하는 시간을 만들어갑니다.
둘째, 파트별 전공 강사진의 깊이 있는 지도
피아노, 성악, 바이올린, 첼로 각 분야의 전문 전공 선생님이 수강생의 눈높이에 맞춰 지도합니다. 취미로 시작한다고 해서 가볍게 대충 배워도 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좋아하는 음악을 오래도록 막힘없이 즐기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바른 기본기와 좋은 음악적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하기에, 입문자부터 전공 준비생까지 모두에게 깊이 있는 교육을 제공합니다.
셋째,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음악이 머무는 따뜻한 연습공간입니다
성인을 위한 공간을 설계하며 가장 공을 들인 부분이 바로 ‘언제든 머물 수 있는 연습 시간과 공간’이었습니다. 성인의 하루는 늘 분주합니다. 그래서 특정 시간에만 열려 있는 학원이 아니라, 하루 중 언제든 자신의 일상에 맞춰 찾아올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출근 전 아침에 들러 건반을 두드리며 하루를 여는 마음의 여유를 찾고, 낮에는 일상의 틈에서 어제 막혔던 한 마디를 천천히 다시 연주하며 나에게 집중하고, 하루 일과를 모두 마친 늦은 밤에는 고요한 방에서 좋아하는 곡을 연주하거나 노래하며 쌓인 피로를 가라앉히는 곳입니다. 단순히 ‘24시간 개방된 연습실’이라는 물리적 개념을 넘어 아침에는 하루를 시작하게 하고, 낮에는 나를 돌아보게 하며, 밤에는 하루를 다정하게 위로해 주는 안식처로 기억되길 바랍니다.
넷째, 취미와 전공의 경계를 허문 마스터 클래스
전공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을 위한 마스터 클래스에는 석·박사급 전문 강사진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이 문을 전공생에게만 가두어 두지 않습니다. ‘취미니까 이 정도면 됐다’는 인위적인 선을 긋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음악을 사랑하는 마음은 전공자와 비전공자가 다르지 않기에, 취미생이라도 곡을 더 깊이 이해하고 자신의 연주를 한 단계 끌어올리고 싶다면 언제든 박사급 강사진의 마스터 클래스를 경험할 수 있도록 배움의 문을 활짝 열어두고 있습니다.
다섯째, 배움을 넘어 음악으로 마음을 나누는 공동체
음악은 홀로 연습할 때도 아름답지만, 누군가와 나눌 때 비로소 더 큰 생명력을 얻습니다. 정기연주회를 통해 무대 위에서 자신의 호흡을 들려주고, 콩쿠르에 도전하며 가능성을 확인하는 과정 속에서 수강생들은 서로에게 따뜻한 응원과 자극을 주고받습니다. 나아가 학원 안에만 머무는 음악이 아니라, 향후 찾아가는 음악회와 봉사연주를 통해 이곳에서 자라난 선율이 누군가에게 작은 기쁨과 위로로 흘러가도록 이끌고 있습니다.
Q. 귀사를 운영하는 데 있어 대표자로서, 가장 큰 보람을 느낀 사례나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자유롭게 말씀해 주십시오.
A. 교육 현장에서 보낸 19년이라는 세월이 결코 짧지 않았다는 사실을 요즘 들어 부쩍 실감하곤 합니다. 처음 학원에 들어설 때만 해도 고사리 같은 손으로 피아노를 치던 작고 귀여운 아이들이, 어느덧 어엿한 성인이 되고 결혼을 해 아이의 엄마가 되어 다시 저를 찾아오는 순간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선생님, 이제 제 아이에게 피아노를 가르쳐주셨으면 좋겠어요”라며 손을 잡고 찾아온 옛 제자를 마주할 때면 가슴 한구석이 참 뭉클하고 묘한 감동이 밀려옵니다. 단순히 학생 한 명에게 악기 다루는 법을 가르쳤던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의 삶이 흘러가는 소중한 궤적 속에 제가 함께 머물렀다는 깊은 감사함을 느낍니다.
또 하나 큰 보람을 마주하는 순간은 교회 반주자를 양성하고 키워내는 일입니다. 저 역시 오랜 세월 교회에서 피아노 반주로 섬겨왔기에, 반주를 배우고자 문을 두드리는 분들의 간절한 마음을 누구보다 잘 이해합니다. 처음에는 코드와 리듬을 짚어내는 것조차 버거워하던 분들이 차근차근 실력을 쌓아 실제 예배 자리에서 반주자로 서고, 자신의 음악으로 공동체를 섬기는 모습을 지켜볼 때 교육자로서 큰 자부심을 느낍니다.
돌이켜보면 19년이라는 시간 동안 지치지 않고 이 길을 걸어올 수 있었던 원동력은 결국 ‘사람’이었습니다. 제자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며 저 또한 함께 자랐고, 그 소중한 인연들이 다시 새로운 인연의 다리가 되어주었습니다. 그렇기에 저에게 음악 교육은 단순한 생계나 직업이 아니라, 한 사람의 인생 속에 평생 꺼내 볼 수 있는 ‘음악 하나’를 따뜻하게 남겨주는 일입니다.
![]() ▲ [시온빛클래식전문학원] 내부 및 수업 모습 |
Q. 향후 목표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A. 세상 그 어떤 언어가 음악만큼 사람의 마음을 깊이 어루만질 수 있을까요. 저는 이 아름다운 음악이 결코 특별한 재능을 가진 사람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라고 믿습니다.
앞으로도 시온빛클래식전문학원 안에서 수강생들이 단순히 레슨 받고 연습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정기연주회와 콩쿠르 무대를 통해 자신의 내면을 음악으로 표현하며 타인의 음악과 깊이 교감할 수 있는 장을 꾸준히 넓혀가고 싶습니다.
더불어 ‘찾아가는 음악회’와 봉사연주 활동을 본격적으로 이어가며 음악의 온기가 필요한 곳으로 직접 걸음을 옮기고자 합니다. 우리가 정성껏 준비한 한 곡의 연주가 누군가에게는 잔잔한 기쁨이 되고, 지친 이에게는 따뜻한 위로가 되며, 때로는 다시 내일을 살아갈 힘이 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외형적으로 규모가 큰 학원을 일구기보다, 음악을 매개로 사람의 마음을 데우는 공간을 지키며 단 한 사람이라도 더 음악을 진심으로 사랑하게 만드는 것이 저의 변함없는 목표입니다.
Q. 독자들에게 전할 말
A. 혹시 마음 한구석에 피아노나 악기를 배워보고 싶다는 오랜 소망을 품고 계신다면, 이제 시작하기엔 너무 늦었다고 단정 짓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오늘이 첫걸음이라도 괜찮습니다. 악보 보는 법을 다 잊어버렸어도 괜찮고, 어린 시절 바이엘이나 체르니를 조금 배우다 그만두셨더라도 아무렴 괜찮습니다. 그저 ‘다시 음악을 만나고 싶다’는 마음 하나만 있다면 시작할 이유는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음악은 처음부터 잘해야만 시작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 건반에 손을 얹고 시작하다 보면 자연스레 조금씩 알아가게 되는 여정입니다. 남들과 비교하며 빠르게 진도를 나갈 필요도 없습니다. 우리가 살아온 삶의 모양이 저마다 다르듯, 음악을 익혀가는 속도 역시 사람마다 다른 것이 당연합니다.
어른들이 음악을 배우며 ‘잘 해내야 한다’는 무거운 부담을 내려놓고, 내가 좋아하는 선율을 내 손으로 하나씩 짚어가는 순수한 기쁨을 만끽하셨으면 합니다. 바쁜 일주일 중 단 45분이라도 온전히 나만을 위해 음악에 몰입하는 시간이 있다면, 우리의 일상은 그 자체로 충분히 특별해집니다. 그리고 언젠가 자신이 연주하는 한 곡이 공간에 울려 퍼질 때 스스로에게 이렇게 다정한 인사를 건네보시길 바랍니다.
“내가 이렇게 아름다운 음악을 연주할 수 있는 사람이었구나.”
음악은 생각보다 늘 우리 가까이에 머물고 있습니다. 조금 늦게 시작해도 괜찮습니다. 천천히, 즐겁게, 오직 나만의 속도로 첫 음을 눌러보시길 응원합니다.
인터뷰를 마치며...
2008년 작은 건반 앞에서 아이들의 손을 잡고 시작한 걸음이 어느덧 19년의 세월을 지나, 이제는 망설이는 어른들의 내면을 어루만지는 깊은 울림으로 확장되었다. 백문주 대표에게 음악은 화려한 기교를 뽐내는 도구가 아니라, 한 사람의 삶에 평생의 쉼표를 남겨주고 사람과 사람의 마음을 잇는 가장 따뜻한 언어다. 출근 전의 고요한 아침부터 일과를 마친 깊은 밤까지 언제든 열려 있는 ‘시온빛클래식전문학원’의 불빛이, 삶의 무게에 밀려 오랜 꿈을 접어두었던 어른들의 일상에 다시 나만의 선율을 피워 올리는 다정한 용기가 되어주기를 기대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