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감천/ 이은택 時論
매일 아침 우리는 불안을 구매하라는 신호를 받는다. “매일 마시는 물속 독소가 당신의 세포를 파괴하고 있다”, “생활 전자파가 뇌 신경을 위협한다” 같은 자극적인 문구들은 SNS와 TV 홈쇼핑을 가득 채운다.
현대인은 화학물질에 대한 거부감, 즉 ‘케미포비아’와 건강에 대한 극심한 열망 속에서 살아가고 있으며, 시장은 이 불안을 가장 유용한 상업적 도구로 채택했다.
유사 과학(Pseudoscience)과 공포 마케팅의 결합은 지극히 정교하다. 이들의 전략은 대개 4단계를 거친다.
먼저 일상적인 요소를 치명적인 위험으로 규정해 공포를 자극한다. 그 후 ‘양자’, ‘파동’, ‘음이온’, ‘디톡스’처럼 그럴듯한 과학 용어로 포장해 소비자의 이성적 판단을 마비시킨다.
세 번째 단계에서는 “이 제품 하나면 안전하다”라며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표가 붙은 해결책을 제시한다. 마지막으로 정통 과학계가 비판을 제기하면 “기득권이 진실을 은폐하려 한다”는 음모론을 펼치며 소비자를 가둔다.
과거 전국을 흔든 ‘라돈 침대 사태’는 이 왜곡된 시스템이 불러온 비극의 극치였다. 건강에 좋다며 내세운 ‘음이온’을 발생시키기 위해 첨가한 광물 가루는, 알고 보니 1급 발암물질인 라돈을 방출하는 방사성 원료였다. 공포를 피하려다 진짜 위험 속으로 걸어 들어간 꼴이었다. 전자파 차단 스티커, 치료 효과를 내세우는 수소수나 알칼리수 역시 마찬가지다. 과학의 탈을 썼지만 본질은 검증되지 않은 상술에 불과하다.
과학은 불확실성을 줄여나가는 엄격한 검증의 과정이지, 특정 제품을 팔기 위한 단정적인 신화가 아니다. 건강을 지키고 위험을 피하고자 하는 욕구는 자연스럽지만, 공포에 기반한 소비는 결코 우리를 안전하게 만들어주지 못한다.
“치명적인 위험이 존재한다”는 경고와 “이 제품 하나로 모든 것이 해결된다”는 자극적인 약속이 동시에 등장할 때, 우리는 질문해야 한다. 이것은 진짜 과학적 근거인가, 아니면 불빛을 보고 달려드는 나방처럼 불안을 동력 삼아 움직이는 상업적 기만인가. 공포 마케팅에 맞서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냉정한 비판적 사고와 객관적 근거에 기반한 시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