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담일보=김서율기자] 미국 공화당의 중간선거 패배 이후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을 겨냥한 사퇴 요구와 탄핵 추진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전쟁에 대한 유권자 불만이 선거 패인으로 거론되는 가운데, 공화당 내부에서도 전쟁을 적극 지지한 장관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알자지라는 5일 공화당 소속 토머스 매시 하원의원이 전날 헤그세스의 사퇴를 요구했으며, 이르면 다음 주 하원에서 탄핵 표결이 이뤄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민주당은 이번 선거에서 상·하원 다수당 지위를 확보했지만, 새 의원들은 내년 1월 취임한다. 따라서 다음 주 표결이 진행되면 공화당이 여전히 다수를 차지한 현 의회가 판단하게 된다.
매시 의원은 지난 9월 헤그세스를 상대로 여덟 가지 탄핵 사유를 제기했다. 그는 CNN 인터뷰에서 의회가 다음 주 복귀하면 표결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CNN은 복수의 공화당 소식통이 하원 통과를 예상한다고 전했다.
매시는 헤그세스의 헌법 위반이 이란 전쟁에 국한되지 않는다며 의회의 전쟁권한 결의를 무시하고 외국 정상을 납치했으며, 표현의 자유를 행사한 정부 비판자들에게 보복하는 등 권한을 남용했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지난 1월 당시 베네수엘라 대통령 니콜라스 마두로와 부인 실리아 플로레스를 납치해 뉴욕으로 데려왔다. 두 사람은 마약 밀매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지난 5월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한 후보에게 공화당 하원 경선에서 패한 매시는 현 회기 안에 탄핵을 추진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는 이란 전쟁과 이스라엘 군사 지원을 비판하고, 제프리 엡스타인 관련 자료 공개를 요구했으며, 트럼프의 핵심 감세 법안에도 반대표를 던지는 등 대통령과 대립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 기자들에게 장관 교체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헤그세스가 매우 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JD 밴스 부통령은 특정 인물에게 책임을 돌리지는 않으면서도 선거에서 패한 이유가 전쟁이라고 인정하고, 향후 진로에 관한 논의가 여기서 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헤그세스는 이란에 대한 군사행동을 강하게 지지한 인물로, 생활비 위기를 악화시키고 값비싼 미군 탄약을 소모한 전쟁에 트럼프가 나서도록 설득하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CNN은 익명의 공화당 소식통들을 인용해 그가 미국의 대이란 군사적 제압 능력을 과장했으며, 무력으로 이란 정부의 항복을 끌어내기 어렵다는 점이 드러난 뒤에도 확전을 주장했다고 전했다.
공화당 소속 톰 틸리스 상원의원도 선거 이후 임기 말 의회에서 헤그세스에 대한 책임 추궁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헤그세스가 자리를 지키면 필요한 국방 예산을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현 의회 임기가 약 60일 남은 상황에서 국방부의 요구를 의회에 설명할 적임자인지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2025년 1월 장관 인준에 찬성했던 틸리스는 그 표결을 자신의 정치 경력에서 가장 후회하는 결정이라고 표현했다. 지난달에는 군 장병들에 대한 무능한 관리를 이유로 트럼프에게 헤그세스 해임을 촉구했다.
하원 탄핵소추안은 단순 과반 찬성이면 통과된다. 현재 민주당 의석은 214석으로, 과반인 218표를 확보하려면 공화당 의원 일부의 동참이 필요하다.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이 확보한 하원 의석은 보도 시점 기준 240석으로 추가 당선 가능성도 있어, 새 의회 출범 뒤에는 공화당의 지지 없이도 탄핵소추안을 가결할 수 있다.
그러나 장관을 파면하려면 상원에서 3분의 2 찬성을 얻어야 한다. 민주당은 현재 상원 소수당이며 새 의회에서도 최대 56석을 확보할 수 있어, 전체 100석 중 67표를 얻으려면 공화당에서 최소 11명이 찬성해야 한다. 과거 하원에서 탄핵소추된 윌리엄 벨크냅과 알레한드로 마요르카스 장관도 각각 1876년과 2024년 상원에서 무죄 판단을 받았다.
탄핵 추진 결과와 별개로 공화당 내부의 사퇴 압박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영국 퀸메리런던대의 리처드 존슨 정치학 선임강사는 중간선거 참패로 당 지도부를 노리는 인사들이 자신을 트럼프보다 더 충실한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운동의 계승자로 내세울 수 있다고 봤다. 해외 전쟁의 종식과 회피는 마가 운동의 핵심 기조였다. 존슨은 이들이 트럼프와 측근들이 새로운 전쟁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저버리고 미국인의 생활비를 끌어올렸다고 비판하며 전쟁과 거리를 두려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