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라고 적힌 화이트보드. 글이 AI로 쓰였는지 확인하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8만 8천 건. 한국어 문장의 AI 작성 가능성을 판정하는 웹 서비스 AI킬러에 2026년 9월 문을 연 뒤로 들어온 검사 요청을 모두 더한 숫자다. 운영사인 주식회사 에이디엑스스튜디오는 2일 이 같은 이용 현황을 공개하면서, 같은 기간 회원으로 가입한 사람도 4,400명을 넘어섰다고 덧붙였다.
두 달 남짓한 기간으로 나눠 보면 매일 1,400건가량의 글이 검사기를 거쳐 간 셈이다.
검사 대상이 주로 자기소개서와 과제, 리포트처럼 누군가에게 내야 하는 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수치는 제출 직전에 자기 원고를 한 번 더 들여다보려는 사람이 그만큼 많았다는 뜻으로 읽힌다. 제출 전 점검이라는 쓰임새가 숫자로 확인된 셈이다.
숫자를 내보이는 방식에도 나름의 기준이 있다. 에이디엑스스튜디오는 검사 건수와 정확도를 실제로 측정한 값만 공개하고, 검증을 거치지 않은 수치는 처음부터 화면에 올리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워 두었다고 밝혔다. 이번에 나온 이용 지표 역시 그런 운영 기준을 염두에 두고 읽을 대목이다.
■ 검사 건수가 가입자의 20배에 이르는 까닭
누적 검사 수는 가입자 수의 약 20배에 이른다.
이 간격은 계정이 없어도 하루 세 번까지 검사할 수 있고, 로그인하면 횟수 제한이 사라지는 AI킬러의 이용 조건과 맞물려 있다. 가입 없이 몇 번 써 본 방문자의 기록과 계정을 만든 이용자의 반복 검사가 한데 모여 8만 8천 건이라는 누적치를 이뤘다.
같은 원고라면 언제 넣어도 동일한 점수가 나오도록 만든 설계도 검사 횟수를 키우는 요인이다.
결과가 매번 흔들리지 않으니 이용자는 문장을 고친 뒤 다시 넣어 보고, 앞선 결과와 견주어 수정이 효과를 냈는지 확인하는 식으로 서비스를 쓰게 된다. 한 편의 글이 고쳐질 때마다 새 검사 기록이 하나씩 더해지는 구조라 할 수 있다.
이런 쓰임새에서는 한 사람이 원고 한 편을 두고 여러 차례 검사를 남기는 일이 생기기 쉽다.
초안을 처음 넣을 때 한 번, 표시된 문장을 손본 뒤 한 번, 제출 직전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넣는 식이라면 누적 건수가 이용자 수보다 훨씬 빠르게 늘어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다. 검사 건수가 가입자의 20배라는 계산이 낯설지 않은 이유다.
결국 4,400명은 서비스를 꾸준히 쓰려고 계정까지 만든 사람의 규모를, 8만 8천 건은 실제로 판정을 거친 글의 양을 보여 주는 지표로 나눠 볼 수 있다.
어느 한쪽만 보면 이용 실태를 작게 보거나 부풀려 읽기 쉬우므로, 두 숫자를 나란히 놓고 함께 보는 편이 훨씬 정확하다. 이용 규모를 말할 때 어느 숫자를 쓰는지 살펴야 하는 까닭이다.
회사는 가입자가 어떤 속도로 늘었는지를 보여 주는 월별 수치는 따로 내놓지 않았다.
그렇더라도 두 달이라는 짧은 기간에 4,400명이 계정을 만들었다는 사실은, 무료 검사를 몇 번 써 본 뒤 계속 쓸 이유를 찾은 이용자가 적지 않았다는 점을 보여 준다. 일회성 방문에 그치지 않고 계정을 만들어 다시 찾은 수요가 분명히 있었다는 얘기다.
■ 하루 1,400건은 어떤 글이었나
서비스를 시작한 날부터 따져 본 하루 평균 검사량은 약 1,400건이다.
날마다 똑같은 양이 들어왔다는 뜻은 아니지만, 평균으로 환산하면 한 시간에 60건 가까운 글이 판정대에 오른 규모다. 누적치를 운영 일수로 나눈 단순 평균이지만, 서비스가 어느 정도 규모로 쓰이고 있는지를 가늠하기에는 충분한 잣대가 된다.
회사가 꼽은 주된 검사 대상은 취업용 자기소개서와 수업 과제, 리포트 세 가지다. 셋 모두 쓴 사람이 혼자 읽고 끝내는 글이 아니라 채용 담당자나 교수처럼 평가하는 사람의 손에 넘어간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평가를 앞둔 글일수록 내용뿐 아니라 작성 과정까지 의심받을 수 있다는 부담이 따른다.
에이디엑스스튜디오는 ChatGPT를 비롯한 생성형 AI가 글쓰기에 폭넓게 쓰이면서 대학과 기업이 제출물에 AI가 개입했는지 살피기 시작했다고 설명한다.
하루 1,400건이라는 숫자는 바로 그 확인 절차를 앞두고 미리 대비하려는 움직임의 크기로 해석할 수 있다. 평가자의 확인을 받기 전에 스스로 먼저 확인해 두려는 심리가 반영된 숫자다.
특히 지원서는 본인이 직접 썼더라도 격식을 갖춘 문장 때문에 AI 글로 의심받는 일이 잦다는 것이 회사 측 진단이다.
그래서 서류를 내기 전에 검사기를 한 번 거치는 일이 일종의 절차처럼 굳어지고 있으며, AI킬러도 처음부터 이런 사전 확인 용도를 겨냥해 만들어졌다. 실제 이용 흐름이 그 설계 의도와 들어맞은 것이다.
두 달 동안 들어온 글의 성격을 보면, 이용자들이 이 서비스를 글을 대신 써 주는 도구가 아니라 이미 쓴 글을 점검하는 도구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이 드러난다.
무엇을 쓸지가 아니라 다 쓴 글이 상대에게 어떻게 읽힐지를 묻는 쪽에 수요가 모여 있는 것이다. 점검의 대상이 내용보다 문체와 표현이라는 점도 이 서비스의 성격을 보여 준다.
■ 검사량을 떠받친 이용 조건
AI킬러의 사용 절차가 단순하다는 점도 숫자와 무관하지 않다. 프로그램을 내려받거나 회원 가입을 거칠 필요 없이 웹 브라우저 입력창에 글을 붙여넣기만 하면 0~100점 사이의 점수와 함께 의심 문장 표시가 곧바로 나타난다. 처음 찾은 사람도 별다른 설명 없이 결과까지 닿을 수 있는 구조다.
한 번에 넣을 수 있는 분량은 최대 1만 자이며, 300자를 넘기면 판정이 한층 안정적이라는 것이 회사의 안내다.
자기소개서 한 항목이나 과제 한 편을 통째로 넣기에 넉넉한 범위여서, 이용자가 원고를 잘게 쪼개 여러 번 나눠 넣는 번거로움을 덜 수 있다. 분량 제한이 넉넉하다는 점은 긴 리포트를 다루는 대학생에게도 반가운 조건이다.
점수 구간은 0~30점이 사람의 글, 70~100점이 AI 글에 가까운 쪽이고 그 사이는 혼합으로 본다.
의심 문장이 글의 어느 부분에 모여 있는지는 문서 지도로 따로 보여 주기 때문에, 이용자는 긴 원고에서도 손볼 곳을 빠르게 찾아갈 수 있다. 점수를 확인한 뒤 곧바로 수정으로 넘어가기 쉬운 화면 구성이다.
판정의 바탕은 한국어 자기소개서와 격식체 글로 학습시킨 자체 모델이다.
영어 데이터로 만든 검사기를 한국어에 그대로 가져다 쓸 때 생기던 격식체 오판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고, 특정 AI 서비스가 아닌 AI 글쓰기 패턴 전반을 익혔다는 점도 회사가 내세우는 대목이다. 지원서를 주로 다루는 이용자층과 학습 데이터의 성격이 맞닿아 있는 셈이다.
기본 검사에는 요금이 없고, 입력한 원문은 판정 결과를 만드는 데 쓰인 뒤 보관되지 않는다.
비용과 개인 정보에 대한 걱정을 함께 낮춘 이 조건 역시 짧은 기간에 검사 기록이 빠르게 쌓인 배경 가운데 하나로 볼 수 있다. 지원서처럼 민감한 글을 넣는 이용자에게 저장하지 않는다는 원칙은 특히 중요하다.
■ 숫자 너머의 서비스 구성과 계획
무료 검사만 있는 것은 아니고, 더 깊은 분석을 원하는 이용자를 위한 유료 기능도 두 가지가 있다.
문장마다 점수와 판단 근거를 보여 주는 '정밀분석'과, 기계가 쓴 티가 나는 표현을 사람이 쓴 문장처럼 손보는 '자소서 다듬기'다. 글자 수 세기와 학점 계산기 등 무료 도구 10종, 작성 요령을 다룬 블로그 글 98편도 검사기 곁에 마련돼 있다.
개인 이용자 말고 조직 단위의 수요에도 문을 열어 두었다.
기업 채용 전형이나 대학의 과제 평가, 공공기관 공모 서류처럼 한국어 글을 대량으로 살펴야 하는 곳에는 조직 계정과 대량 검사, API 연동을 제공하며, 실제 문서 10~30편으로 해 보는 시험 검사는 비용을 받지 않는다. 외부 LLM API를 거치지 않고 자체 모델로 처리하는 것도 특징이다.
AI킬러 측은 숫자를 부풀리지 않는 운영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고 거듭 밝혔다. 판정 결과도 증거가 아닌 확률 신호로 안내하고, 사람이 쓴 글이 AI로 잘못 표시될 수 있다는 점을 결과 화면에 함께 적어 둔다. 이용 수치를 공개할 때와 판정 결과를 보여 줄 때 같은 태도를 지키겠다는 뜻이다.
회사 측은 “AI 검사기는 사람을 가려내는 도구가 아니라 제출 전에 자기 글을 다시 읽게 하는 도구여야 한다”고 말했다.
하루 1,400건이라는 검사량도 결국 자기 글을 다시 읽어 보려는 사람들이 남긴 기록이라는 점에서, 이 발언은 서비스가 쌓아 온 숫자를 해석하는 열쇠가 된다. 점수보다 그 뒤의 다시 읽기가 본래 목적이라는 의미다.
에이디엑스스튜디오는 새 생성형 AI 모델이 나올 때마다 학습 데이터를 보강해 판정 모델을 손보고, 학생과 취업 준비생이 자주 찾는 무료 도구도 꾸준히 늘려 갈 계획이다.
서울 마포구에 자리한 이 회사가 운영하는 AI킬러는 웹사이트(aikiller.app)에서 설치 없이 쓸 수 있다. 다음 실측치가 어떤 흐름을 보일지 지켜볼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