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담일보 = 박다윤기자] 미국의 2026년 중간선거에서 후보자와 외부 정치단체가 선거운동에 쓴 돈이 역대 최대인 120억달러에 육박한 것으로 집계됐다. 생활비와 경제 문제가 유권자의 주요 관심사로 떠오른 가운데, 거액의 정치자금이 후보와 정책 선택에 미치는 영향과 자금 출처의 투명성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알자지라는 11월 3일 미국 정치자금 추적 연구단체 오픈시크릿츠를 인용해 이번 중간선거가 사상 가장 많은 비용이 드는 선거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민주당 후보들의 선거운동 지출은 22억달러 이상, 공화당 후보들은 14억달러로 전망됐다. 선거자금 기록에 따르면 일론 머스크가 공화당에 제공한 자금만 4억4500만달러에 달한다.
미국 선거자금은 후보자가 직접 모금하는 돈과 기업·노조·각종 단체가 후보 캠프와 독립적으로 집행하는 외부 지출로 나뉜다. 외부 지출의 주요 통로는 독립지출 전용 정치활동위원회인 슈퍼팩이다. 슈퍼팩은 자금을 모아 특정 후보나 정당을 지지하는 광고와 선거 관련 활동에 사용한다.
제도 변화의 계기는 2010년 판결이었다. 연방대법원은 선거에 임박한 시기의 기업·단체 광고를 제한하던 규정을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근거로 뒤집었다. 관련 하급심 판결은 후보자와 직접 조율하지 않는 단체의 모금 한도도 폐지했다. 이에 따라 슈퍼팩 같은 외부 지출 단체에 기부하는 금액에는 상한이 없다.
공화당 후보를 지원하는 상원리더십펀드는 4억8900만달러, MAGA Inc는 3억5300만달러를 지출했다. 민주당 측 상원머저리티팩과 하원머저리티팩의 지출은 각각 2억4800만달러와 1억9200만달러였다. 머스크의 아메리카팩과 조지 소로스가 자금을 대는 데모크러시팩처럼 개인이 설립·지원하는 조직도 활동하고 있다.
슈퍼팩은 선거가 있는 해에는 매달, 선거가 없는 해에는 반년마다 직접 기부자와 재정 활동을 연방선거위원회에 신고한다. 그러나 기부자에 자체 자금 출처를 공개하지 않는 조직이 포함될 수 있다. 돈이 여러 단체나 이른바 ‘셸 팩’을 거쳐 집행되면 최초 제공자를 추적하기 어려워진다.
이처럼 원래 출처를 식별할 수 없는 정치자금은 ‘다크머니’로 불린다. 오픈시크릿츠는 이번 중간선거의 다크머니 기부액이 15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종전 최대치였던 2024년의 13억5000만달러보다 많은 규모다. 비판론자들은 이러한 구조가 부유한 기부자와 기업, 이익단체에 과도한 영향력을 준다고 지적한다.
자금은 조지아·텍사스·미시간 등 접전 지역에 집중됐다. 미시간 상원 선거에서 공화당 마이크 로저스 후보의 직접 모금액은 약 2300만달러, 민주당 압둘 엘사예드 후보는 약 5400만달러였다. 반면 외부 단체가 각 후보를 지원하는 데 쓴 돈은 로저스 측 약 1억6900만달러, 엘사예드 측 약 9400만달러로 직접 모금액을 웃돌았다.
여러 여론조사에서는 양당 유권자 모두 생활비와 경제를 핵심 현안으로 꼽았다. 엘사예드는 선거자금 제도 개혁과 정치에서 돈의 영향력을 줄이는 문제를 선거운동 의제로 내세웠다. 유권자의 가계 부담이 주요 쟁점인 선거에서 후보 캠프뿐 아니라 외부 조직의 모금·지출 방식까지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