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악가에게 음역은 음악적 정체성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바리톤과 테너는 음역뿐 아니라 발성 방식과 배역, 레퍼토리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오랜 시간 특정 음역을 중심으로 활동해 온 성악가가 다른 음역으로 전환하는 일은 새로운 발성과 음악적 해석을 익혀야 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바리톤에서 테너로 전환한 성악가 최원혁은 이러한 경험을 자신의 음악 활동과 학문적 연구로 발전시켜 왔다. 그는 오는 11월 14일 오후 7시 경기도 광주시문화예술의전당 맹사성홀에서 리사이틀 〈Romantic & Verismo〉의 두 번째 무대인 'Dramatic Tenor Series II – Songs of Becoming'을 개최한다.
최원혁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사 및 전문사 과정을 졸업한 뒤 폴란드 국립 프레데리크 쇼팽 음악대학교에서 예술박사(Doctor of Arts) 학위를 취득했다. 특히 바리톤에서 테너로 전환한 자신의 경험을 학문적 탐구의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그의 이력은 독특하다.
국제무대에서도 성과를 거뒀다. 폴란드에서 열린 제20회 Wielki Turniej Tenorów에서 1위와 특별상, 오케스트라상을 수상했으며, 이후 폴란드 브로츠와프 오페라의 《Faust》에서 주역 파우스트 역으로 데뷔했다. 《Il trovatore》를 비롯한 여러 오페라 작품에 출연하며 테너로서의 활동을 이어왔다.
그의 음악적 변화는 독창회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2025년 예술의전당에서 개최한 〈Sound of Baritenor: 테너와 바리톤을 잇다〉는 서로 다른 두 성부를 경험한 성악가의 음악적 이력을 다룬 공연이었다.

2026년부터는 〈Romantic & Verismo〉라는 제목으로 세 차례의 리사이틀을 연결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첫 공연은 지난 7월 11일 서울 영산아트홀에서 'Beginning'이라는 제목으로 열렸다. 낭만주의와 베리즈모 오페라 아리아를 중심으로 드라마틱 테너의 극적 표현과 성악적 특성을 선보인 무대였다.
두 번째 공연인 'Songs of Becoming'에서는 예술가곡으로 시선을 옮긴다. 오페라가 극중 인물의 감정과 사건을 음악으로 전달한다면, 예술가곡은 시와 선율을 통해 보다 개인적이고 내밀한 정서를 표현하는 장르다.
이번 공연은 유럽 4개국의 예술가곡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최원혁은 서로 다른 언어와 음악적 전통을 지닌 작품들을 통해 인간의 내면과 감정의 변화를 표현할 예정이다.
오페라 아리아에서 예술가곡으로 이어지는 레퍼토리의 변화는 그의 음악적 관심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강한 성량과 극적인 표현이 요구되는 드라마틱 테너의 특성을 유지하면서도 가곡 특유의 섬세한 해석을 무대에 담겠다는 구상이다.
이번 리사이틀에는 피아니스트 박유진이 함께하며 황득희가 예술감독을 맡는다. 공연은 디온(DION MUSIC)이 주최·주관하고 롯데장학재단과 칸토리움(CANTORIUM)이 후원한다.
최원혁은 2027년 세 번째 공연 'Awakening'을 통해 3부작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바리톤에서 테너로 이어진 그의 음악적 변화가 마지막 무대에서 어떤 레퍼토리와 해석으로 나타날지도 관심을 둘 부분이다.
공연은 인터미션을 포함해 약 90분간 진행되며, 관람료는 전석 3만 원이다. 예매는 NOL 티켓에서 가능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