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빌라 에르바티움 ‘쌀 막걸리(RICE MAKGEOLLI)’. (사진제공=빌라 에르바티움)
향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장소와 순간을 오래 기억하게 하는 기록 수단이 되기도 한다.
한국 니치향수 브랜드 VILLA ERBATIUM(빌라 에르바티움)이 지난 몇 년간 이어 온 협업을 모아 보면, 도시와 무대, 음악, 휴식의 공간을 차례로 향으로 기록해 온 궤적이 드러난다.
프랑스 그라스에서 전시 중인 ‘쌀 막걸리(RICE MAKGEOLLI)’는 그 기록이 한국의 발효문화로 넓어진 사례다.
도시를 향으로 옮긴 대표 작업은 서울시 공식 향수 ‘Scent of Seoul’이다.
브랜드는 2023년 서울시와 함께 이 향을 창작해 독점 공급했고, 전용 패키지에는 서울의 주요 건축자산을 손으로 그려 넣어 향과 그림이 함께 도시를 떠올리게 했다. 하민서 대표는 이 작업을 하며 도시를 어떻게 향으로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고 돌아봤다.
서울을 무대로 한 작업은 패션쇼장으로도 이어졌다.
서울시와 WWD가 함께 기획한 ‘2024 서울콘’(2024년 12월 28~31일)의 주요 프로그램인 RUNWAY TO SEOUL 패션쇼에서 브랜드는 쇼장의 향을 설계했다. 입장권 역시 향수를 캡슐에 담아 손목에 거는 팔찌 형태로 만들어, 입장하는 순간부터 향이 경험의 일부가 되도록 했다.
공연의 기록은 뮤지컬 ‘드라큘라’ 향수에 담겼다.
불멸의 꽃 이모르텔과 장미를 소재로 극 중 인물의 영원한 사랑을 향으로 표현했으며, 브랜드 소개자료에 따르면 온라인 런칭 10분 만에 400개(판매가 12만 원)가 모두 판매됐다. 공연장에서 받은 감동을 집으로 가져가 오래 간직하게 한다는 기획 의도가 담긴 작업이다.
음악과의 결합은 K-POP 보이그룹 AB6IX와의 협업에서 이뤄졌다. 브랜뉴뮤직 소속 AB6IX와 함께한 이 프로젝트는 멤버별로 서로 다른 오키드 향을 만들고 이를 하나로 어우러지게 하는 Scent & Sound 페어링으로 기획돼, 노래를 듣는 경험과 향을 맡는 경험을 짝지었다.
휴식의 공간도 기록의 대상이 됐다. 브랜드는 아난티 리조트의 공식 향수 ‘Claire de Lune’을 제작해 공급하고 리조트의 공간 향을 설계했다. 여행지에서 보낸 시간을 향으로 다시 떠올리게 하는 작업으로, 아난티 4개소는 현재 브랜드의 판매처이기도 하다.
영화도 그 목록에 더해졌다. 지난 9월 개봉한 ‘타짜: 벨제붑의 노래’의 공식 굿즈로 두 인물의 대립을 화이트 로즈와 블랙 로즈에 나눠 담은 프래그런스 태그를 선보였다.
하 대표는 이런 협업 경험이 이번 전시에 많은 영향을 줬다며 “이번 ‘RICE MAKGEOLLI’ 역시 그런 경험의 연장선에 있다”고 말했다.
도시에서 무대와 스크린으로, 다시 한국의 전통문화로 이어진 기록은 그라스 국제향수박물관(MIP)에서 약 6개월간 열리는 ‘26 Icons of Asia’ 전시에서 쌀 막걸리 향수로 한 장을 더했다. 브랜드의 협업 이력은 공식 홈페이지(www.villaerbatium.com)에 소개돼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