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이가 들수록 ‘얼마나 오래 사느냐’만큼 ‘어떻게 움직이며 사느냐’가 중요해진다. 계단을 오르고, 장을 보고, 의자에서 스스로 일어나는 평범한 일상도 근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어려워진다. 초고령사회에서 노년의 근육은 단순한 체력의 문제가 아니라 독립적인 생활을 지키는 생활 자산이다.
노화가 진행되면 근육량과 근력이 감소하고 균형감각도 떨어질 수 있다. 활동량까지 줄어들면 다시 근력이 약해지는 악순환에 빠지기 쉽다. 이런 가운데 걷기와 달리기의 중간 정도 속도로 움직이는 ‘슬로우 조깅’이 노년층의 생활 운동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
슬로우 조깅은 기록이나 속도를 겨루는 달리기가 아니다. 옆 사람과 대화할 수 있을 정도의 편안한 강도로, 보폭을 짧게 유지하며 가볍게 달리는 운동이다. 숨이 차거나 다리에 부담이 느껴지면 바로 걷기로 전환할 수 있어 체력이 약한 사람도 자신의 상태에 맞춰 운동량을 조절하기 쉽다.
서울에 사는 박모 씨(68)는 은퇴 후 외출이 줄면서 다리에 힘이 빠지고 계단을 오르는 일이 부담스러워졌다. 그는 “처음에는 공원을 걷다가 30초 정도만 천천히 달렸고, 힘들면 다시 걸었다”며 “몇 달 동안 주 3∼4회 이어가니 걸음이 빨라지고 외출에 대한 자신감도 생겼다”고 말했다. 이어 “속도보다 운동화를 신고 집 밖으로 나가는 습관이 가장 큰 변화였다”고 덧붙였다.
슬로우 조깅을 하면 허벅지와 엉덩이, 종아리 근육을 반복적으로 사용하게 된다. 심박수와 호흡량도 걷기보다 높아질 수 있어 심폐지구력과 활동량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된다.
규칙적인 신체 활동은 노년층의 수면과 혈압, 체중 관리뿐 아니라 균형감각과 일상생활 수행능력을 유지하는 데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미국 국립노화연구소는 신체 활동이 노화에 따른 근육량·근력·기능 저하를 늦추고 독립적인 생활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한다.
다만 느린 달리기만으로 노년의 근력을 충분히 지킬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걷기와 조깅은 주로 심폐지구력과 하체 활동량을 높이는 유산소운동이므로, 의자에서 일어나기와 벽 밀기, 뒤꿈치 들기, 탄력밴드 운동 등 저항성 근력운동을 함께 해야 한다. 한 발 서기와 발뒤꿈치부터 발끝까지 일자로 걷는 균형운동도 낙상 예방에 도움이 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65세 이상에게 일주일에 150분 이상의 중강도 유산소활동과 주 2회 이상의 근력운동을 권고한다. 이동 능력이 떨어진 노인은 균형감각을 높이는 활동도 주 3회 이상 실시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운동 전문가는 “노년층에게 중요한 것은 처음부터 오래 달리는 것이 아니라 안전하게 반복할 수 있는 강도를 찾는 것”이라며 “5분 정도 천천히 걸어 몸을 풀고, 30초 달리기와 2∼3분 걷기를 15분가량 반복한 뒤 운동 시간부터 서서히 늘리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노년층은 운동 전 건강 상태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심장질환이나 고혈압, 당뇨병, 골다공증, 척추·무릎 질환이 있거나 어지럼증과 낙상 경험이 있는 사람은 의료진과 운동 방법을 상의하는 것이 안전하다. 평평하고 밝은 길을 선택하고 충격을 흡수하는 운동화를 착용해야 하며, 가슴 통증이나 심한 호흡곤란, 어지럼증, 식은땀이 나타나면 즉시 멈춰야 한다.
느린 달리기의 목표는 젊은 시절의 속도를 되찾는 데 있지 않다. 자신의 두 발로 걷고, 일어서고, 사람을 만나며 살아갈 힘을 지키는 데 있다. 노년의 근력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지만, 오늘의 작은 움직임이 내일의 자립을 지켜주는 가장 현실적인 준비가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