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이 되어서야
젊었을 적 내 목소리가 너무 커서
그대 목소리 들을 줄 몰랐습니다
사랑받기만 하고
사랑에 주린 마음이 있는 줄도 몰랐습니다
모퉁이를 돌아 탄천 가를 걷는 뒷모습
가만가만 따라가 보면
무심히 흘려보낸 세월만큼
어깨가 그믐달처럼 기울었습니다
절뚝이는 걸음걸이로 지나온 발자취를
흔적도 없이 지워가는 그대
윤기 흐르고 풍성했던 것들의
빛바래고 향기 잃은 마음이 보입니다
내 나이 황혼이 되어서
이제야 보이고 이제야 들리는, 늦은 깨달음
사랑받지 못하는 아픔보다
사랑하지 못한 날들이 후회스러워
이제라도
국화꽃 사랑 한아름 담아 드리렵니다

[진정희]
2002년 『한국문인 』 등단.
시집 『귀로에』.


